Sunday, June 9, 2013

<외국인 150만명시대 다문화 2세의 현재와 미래>

'다문화가정 2세'에 포함되지 않는 제도권 밖 2세들 많아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지난해 5월 '다문화 가정 출신 방화범'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정 모(18) 군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친권자인 할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정 군은 다문화대안학교인 지구촌학교 설립자 김해성 이사장에게 입양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곽경택 영화감독이 방화사건을 소재로 정 군이 출연하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실제로 김 이사장은 정 군이 두달 동안 병원에 격리돼 정신과 치료를 받고 넉달 동안의 교정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동안 정 군과 연락을 취하면서 그가 다시 인생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애썼다. 그러나 올봄 자유의 몸이 된 정 군은 얼마 전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

김 이사장은 "이미 아이가 아닌데다 세파에 많이 시달린 상태라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서 "정 군 사건은 한국의 다문화가정 2세 아이들이 가정과 사회로부터 방치될 경우 한국사회가 어떤 미래를 맞게 될 것인지를 예고하는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정 군 사건을 시작으로 한동안 다문화가정 2세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정부는 이들만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이들의 사회적 이탈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올해에도 '제2차 다문화가족정책 2013년도 시행계획'에 따라 다문화가정 자녀가 많이 다니는 학교에 한국어교육과정(KSL)이 운영되고 있고 다문화가족 자녀를 위한 이중언어강사도 늘리고 있다.

또 다문화가족 자녀가 취학 전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예비학교도 지난해 26개교에서 올해 50개교로 늘어나고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해 지출되고 있는 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비도 계속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다문화가정 2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혼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다문화가정을 꾸린 외국인은 4월말 현재 14만9천386명이고 결혼한 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을 합치면 22만여명에 이른다.

이들 외에 결혼 이외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결혼한 경우까지 합하면 결혼이민자는 26만7천명에 달한다. 또 외국인들 끼리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기도 한다.

이처럼 다문화가정 2세 통계에 누락된 이들은 정부의 다문화정책이나 각종 지원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으로 재혼이주한 부모를 따라 뒤늦게 들어오는 중도입국자녀도 해마다 늘고 있다.



피부색은 달라도 우리는 하나!
피부색은 달라도 우리는 하나!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지난 5월13일 열린 '제32회 세종문화상 시상식'에서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이 축하공연을 펼쳤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도입국자녀는 지난해 4월 현재 4천288명으로 전년보다 2천명 가량 증가했으며 이들 중 정규학교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2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어를 전혀 못해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레인보우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이현정(52) 단장(전 서울온드림다문화가족교육센터장)은 제도권 밖으로 이탈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해 4월 현재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자녀 수는 4만6천954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1.4%, 2006년보다는 5배 늘어났지만 자퇴 등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교 이탈하는 비율이 일반 학생들에 비해 여전히 높다.

이 단장은 "학교 범위를 벗어난 아이들은 정부나 기업이 제공하는 다문화정책 및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돼 사실상 방치되는 셈"이라며 "특수학교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과는 별도로 제도권 밖의 이주민 자녀를 위한 별도의 시설이나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2세 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내국인 아이들의 다문화인식 전환 문제이다.

전문가들은 '리틀 싸이'로 잘 알려진 황 모 군이 베트남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일을 지적하며 우리 사회에 반(反)다문화 정서를 불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프리카 가나 엄마에게서 낳은 아이 셋을 돌보고 있는 지구촌학교 김 이사장은 "한국에서 태어난 순수 한국 아이들인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아이들 중 하나는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지구촌 어린이마을'을 설립해 불법체류자 자녀를 포함한 다국적 아이들 50여 명을 수용했다"면서 "앞으로 3년 내 군에 입대할 다문화가정 2세가 4천 명에 이르는 등 앞으로 이들의 사회진출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어릴 적부터 피부색이 달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2년 한국인과 결혼해 다문화가정을 이룬 독일 출신의 이 참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사무소나 마을회관 등에 '다국어 놀이방'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이런 시설을 만들면 한국 어린이와 이민자 2세가 함께 어울리면 말도 배우고 피부색에 의한 차별의식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초·중학교 교과서에 다문화 관련 내용을 수록해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지만, 더 어릴 때부터 다양성을 몸으로 체득하게 만들어야 정 군이나 황 군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체류 외국인 150만 명 시대에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

체류 외국인 150만명 첫 돌파..다문화·다인종화 가속

100명 중 3명꼴 외국인…중국(47%)·미국·베트남順 "다문화 부작용 최소화할 균형잡힌 정책 마련해야"연합뉴스 | 입력 2013.06.10 09:51 | 수정 2013.06.10 10:05



100명 중 3명꼴 외국인…중국(47%)·미국·베트남

"다문화 부작용 최소화할 균형잡힌 정책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귀화자 등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150만 명을 처음 돌파했다. 국민 100명 가운데 3명꼴로 외국인인 셈이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군, 관광객, 산업연수생 등 외국인은 38만여 명 수준에 불과해 우리 사회의 이방인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현재는 국제화 시대를 맞아 외국인이 국내 총인구의 3%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 한국 사회는 외국인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진입했다.

체류 외국인 규모 확대로 외국인 혐오주의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다문화를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녹아들게 할 통합적이고 균형잡힌 외국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무부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체류 외국인은 9일 현재 150만 1천761명을 기록, 150만 명을 처음 넘어섰다.

지난 2003년 체류 외국인이 67만 8천687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배 넘게 급증했다.

국제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체류 외국인 수가 꾸준히 늘었고, 재외동포를 위한 방문취업제가 도입된 2007년에 체류 외국인 수가 106만 6천여 명을 기록하며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체류 외국인을 국적별(4월말 148만 6천367명일 당시 기준)로 보면 한국계를 포함한 중국(49.9%) 출신이 절반가량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9.3%), 베트남(8.1%), 일본·필리핀·타이(각각 약 3%), 우즈베키스탄(2.5%), 인도네시아(2.3%), 몽골(1.8%) 등이다.

이들 가운데 불법체류자는 17만 9천516명이다. 불법체류자는 2004∼2008년 20만 명을 웃돌았으나 2009년 이후에 17만 명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체류자의 연령별로는 20∼29세가 28%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30∼39세 25%, 40∼49세 19%, 50∼59세 15%, 60세 이상 9%, 9세 이하 4% 등이었다.

한국 국적 미취득 외국인 배우자(결혼이민자)는 14만 9천386명을 기록했다. 외국인 배우자 수는 지난 2009년 12만 5천87명 수준이었으나 2010년 14만 1천654명, 2011년 14만 4천681명, 2012년 14만 8천498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외국인 배우자 가운데 여성이 85.7%를 기록하며 대부분을 차지했다.

결혼이민자, 혼인 귀화자, 기타사유 국적 취득자 등 다문화가족은 작년 말 현재 26만 7천727명에 달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크게 늘면서 각종 외국인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다문화, 사회통합 등과 관련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내외국인 간, 인종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곽재석 이주동포정책연구소장은 "단일민족을 전통으로 삼아 온 한국 사회가 외국인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다문화 환경으로 진입했다"면서 "다문화에 대한 반감을 완화하고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결혼이민자, 조선족 동포, 이주노동자 등을 아우를 수 있는 균형잡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oungbok@yna.co.kr